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조언 중 하나는 “타겟을 최대한 좁혀라”입니다.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들이 진짜로 겪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며, 작고 선명한 시장부터 집중 공략하라는 말이죠. 실제로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는 데 있어 이 전략은 매우 유효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지표 중 하나는 TAM, SAM, SOM 즉, 얼마나 큰 시장을 타겟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림이에요. “결국 얼마나 커질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좁은 타겟팅은 마치 작아 보이는 시장처럼 오해되기도 하죠.
이처럼 스타트업 초기에는 작고 구체적으로 시작하라는 조언과, 커다란 시장을 상상하라는 투자 논리가 충돌하는 듯 보이는 이 상황—바로 이것이 ‘좁은 타겟팅과 큰 시장의 역설’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두 개념이 실제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단계별로 어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좁게 시작해야 하는 이유, 문제 해결의 정확도
스타트업이 초기부터 큰 시장을 노리며 제품을 만든다면 대부분 실패합니다. 왜냐하면 ‘모두를 위한 제품’은 곧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창업 초기에는 가장 뚜렷하게 문제를 겪고 있는 사용자 집단, 즉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가진 소규모 타겟층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20~30대 직장인을 위한 건강식 도시락”이라는 타겟보다 “회사의 식당이 없어 항상 배달을 시켜 먹는 강남 IT 스타트업 재직 3~5년차 직장인”처럼 실제 생활 패턴과 불편함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타겟이 있어야 제품이 명확해지고, 피드백도 빠르게 받을 수 있어요.
이처럼 좁은 타겟팅은 단순히 시장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에요. 제품을 개선하고, 반복 테스트하고, 진짜로 필요한 기능을 파악하는 과정은 작고 선명한 타겟에서 시작해야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 좁은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그 자체가 확장 가능한 신호가 돼요. 이 작은 타겟이 만족했다면, 유사한 문제를 가진 인접 시장에도 동일한 논리로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 즉, 스타트업 초기의 좁은 타겟팅은 시장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정밀 조준을 위한 줌인(Zoom In)이라고 이해하는 게 맞아요.
성장을 위해 시장을 넓혀야 할 때, 확장의 타이밍과 전략
초기에는 좁게 시작하되, 어느 순간부터는 반드시 시장을 넓혀야 할 시점이 옵니다. 아무리 작은 시장에서 명확한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을 만족시켰다 해도,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보다 넓은 시장으로의 확장이 필수적이에요. 그렇다면, 그 타이밍은 언제일까요?
바로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이 명확해졌을 때예요. 좁은 시장에서 반복적인 사용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나오고, 유저 리텐션(재사용률)이 유지되고 있다면, 이 시장에서의 해법이 다른 인접 시장에도 통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에요. 이 시점부터는 "이 문제를 겪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를 질문하면서 확장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어요.
확장은 단순히 타겟층을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겪는 맥락이 유사한 고객군을 ‘의도적으로’ 넓혀가는 과정이에요. 예를 들어, 앞서 들었던 “강남의 IT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 서비스가 잘 작동했다면, 다음 확장은 “서울 전역의 공유오피스 이용자”, “혼밥이 많은 디지털노마드 직장인”으로 확장해볼 수 있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확장의 방향이 ‘문제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잡혀야 한다는 것이에요. 겉으로는 같은 고객처럼 보여도, 행동 패턴이나 니즈가 다르면 제품이 다시 처음부터 실패할 수 있어요. 그래서 확장의 과정은 여전히 실험적이고,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린(Lean)한 접근이 필요해요.
또한 이 단계에서부터는 TAM, SAM, SOM 같은 시장 크기 추정이 의미를 갖기 시작해요. 투자자나 내부 팀원에게 우리가 얼마나 큰 시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그 경로가 논리적으로 설계되어 있는지를 보여줘야 하거든요. 초기에는 좁고 명확한 타겟팅으로 집중하되, 어느 시점부터는 시장의 확장성과 구조적 성장 가능성을 설계하는 시야가 필요해지는 거예요. 결국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은 ‘좁게 시작하고, 넓게 확장하는’ 점진적 확대의 연속이에요. 좁은 곳에서 얻은 날카로운 통찰이 넓은 시장에서도 유효할 수 있도록, 확장 타이밍과 방향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좁게 시작하되, 넓게 성장할 수 있는 설계를 위한 조건
좁은 타겟팅은 스타트업 초기 전략의 핵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초에 작은 시장만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해서는 안 돼요. 중요한 건 좁게 시작하되, 넓게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는 것이에요. 즉, 작은 문제를 풀되, 그 문제를 어떻게 큰 문제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설계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중요해요.
- 확장 가능한 문제 정의
단순히 특정 페르소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본질이 더 넓은 대중에게도 적용 가능한가를 고민해야 해요. 예를 들어 ‘1인 가구 여성의 식사 문제’는 ‘바쁜 현대인의 건강한 식사’라는 더 큰 문제로 확장 가능하죠. - 범용적인 기술 또는 프로세스 설계
처음엔 특정 유저를 위해 만든 기능이라 하더라도, 기술 스택이나 아키텍처는 유연하게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해요. 너무 특정 상황에 최적화된 구조는 확장 시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 시장을 넓히는 ‘경로’가 논리적으로 연결돼야 함
초기 타겟과 이후 확장 타겟이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확장은 리브랜딩 수준의 부담을 안게 됩니다. 따라서 확장의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미리 고객 세그먼트와 시장 전개 로드맵을 그려보는 작업이 필요해요.
이러한 조건을 고려한 초기 설계는 단순히 좁은 시장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넓은 시장을 뚫기 위한 발판이 됩니다. 결국 작은 시장에서 깊이 있는 문제 해결을 해내는 스타트업은, 이후 더 넓은 세상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마치며...
‘좁게 시작하라’는 조언은 집중과 정밀함의 전략이지, 가능성의 제한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큰 시장을 품는다고 모든 것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반대로 작은 시장에만 갇혀 있어도 안 돼요. 핵심은 작은 시장에서 검증을 거친 인사이트가, 더 큰 시장에서도 유효한지 확장 가능한지를 고민하며 설계하는 것이에요.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한 실험이고, 그 실험의 단위가 작을수록 더 빠르게 배우고 더 날카롭게 피벗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좁은 타겟을 정밀하게 겨눈 스타트업만이, 결국 넓은 시장에서도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진짜 힘은 그 역설 속 균형을 설계할 줄 아는 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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